혜화문∼창의문 4.7㎞, 3시간 코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한꺼번에 즐겨요"
한양도성 둘레길 중 가장 아름다운 백악구간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한양도성 둘레길은 6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한양도성은 백악(북악산)·낙타(낙산)·목멱(남산)·인왕의 내사산 능선을 따라 축조되었으며, 약 18.6㎞에 이르는 구간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도전적인 코스로 꼽히는 곳이 바로 백악구간입니다.
백악구간은 창의문에서 숙정문, 혜화문을 잇는 4.7㎞ 코스로, 한양도성 6개 구간 중에서도 가장 경관이 뛰어나고 역사적 의미가 깊은 길입니다. 또한 경복궁과 청와대를 품고 있어 안보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백악구간 탐방을 위해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혜화문을 지나 도성길을 따라 걷습니다. 혜화문은 서울 4소문 중 하나로, 도성의 동북쪽 관문 역할을 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도성길이 시작됩니다.
도성을 따라 걷다 보면 일부 성벽이 사유지 축대로 이용된 모습이 보입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성벽이 개인 주택의 담장으로 사용된 점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길을 따라가며 경신중·고등학교와 혜성교회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길이 시작됩니다.
와룡공원을 지나 백악구간의 중턱인 말바위 안내소에 도착하면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말바위는 백악의 끝자락에 있는 바위로, 이름의 유래에 대한 다양한 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때 이 구간을 지나기 위해서는 출입증이 필요했으나 현재는 별도의 절차 없이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습니다.
숙정문을 지나 청운대에 이르면 정상부에 해당하는 백악마루로 향하는 길이 나옵니다. 이곳은 한양도성 전체 구간 중에서도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가파른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500년 역사의 흔적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1968년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했던 ‘1.21 사태’와 관련된 소나무가 남아 있어 근현대사의 흔적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북한산과 이어지는 백악구간의 특징 중 하나는 도성길이 천혜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심 속에서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사계절 내내 색다른 매력을 자랑합니다. 봄과 가을에는 단풍과 신록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고, 겨울에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창의문
창의문에 도착하면 이곳이 조선시대의 중요한 관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창의문은 사소문 중 유일하게 조선시대 문루가 남아 있는 곳으로, 인조반정 당시 반정군이 이 문을 통해 도성으로 진입했던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또한 홍예문 천장에는 봉황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인왕산의 산세가 지네를 닮아 궁궐로 들어오는 독기를 막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창의문을 나서면 길 건너편에 윤동주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1.21 사태 당시 북한 공비를 저지하다 순직한 최규식 경무관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역사의 현장을 되새기게 합니다.
한양도성 백악구간은 단순한 산책길이 아니라 600년의 서울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담고 있는 소중한 장소입니다. 이곳을 걸으며 조선의 도읍지였던 한양의 흔적과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합니다.